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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도 내 책꽂이에는 내가 읽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책들이 많이 있다. 그 가운데 몇 권은 영영 다시 들추지 않을지도 모르겠다. 하지만 굳이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 필요는 없을 것 같다.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잖는가. '성숙'이란 개념은 독서에 관한 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. 어떤 작품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 때까지는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. 하지만 좋은 술과는 달리, 좋은 책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. 좋은 책들이 책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나이를 먹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. 그 책들을 읽어도 좋을만큼 성숙했다고 여겨질 때, 우리는 다시 한번 새로이 시도를 한다. 결과는 둘 중 하나다. 마침내 책과의 해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 하나요,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또 하나다. 재차 실패했을 경우, 언젠가 다시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, 거기서 그만 주저앉고 말 수도 있다.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설사 내가 아직까지 『마의 산』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, 그건 결코 토마스 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.

- 다니엘 페나크 <소설처럼> 205쪽